이번 커미션 주제는 바니걸입니다. 일본 서브컬처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복장 중 하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딱히 좋아한 적은 없었는데, '클리셰는 클리셰인 이유가 있다'라는 말처럼 아이디어 구상을 하다 보니 통과의례처럼 거쳐갈 수밖에 없더군요.
첫 캐릭터는 P90(소녀전선)입니다. 연초에 같은 작가(불타는양파)분께 부탁드린 SIG MCX(바니걸) 어레인지가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같은 분께 세트로 의뢰하기로 정했습니다.
4월 5일에 작업 시작해 9일에 결과물을 받았으니 닷새가 걸렸군요. 이 분은 대기인원이 없다면 작업 시간 자체가 느리지는 않기 때문에 예상 범위 내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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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런 바니걸은 처음이지?"
엄격하게 따지면 '연작'은 아니지만 지난 번 그림을 의식해 복장은 검은색이 아닌 흰 색으로, 서 있는 자세 대신 앉은 자세로 설정했습니다. 상대방을 의식하는듯한 제스처나 시선 처리도 생각한 대로 깔끔하게 나왔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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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번에는 설명으로 갈음하고 스케치를 보내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Apple Pencil을 쓰겠나 싶어 이번에도 그렸습니다. 다만 선만 있는 캐릭터로는 구상을 오롯하게 전달하는 게 힘든지 러프 단계에서 자세를 수정하는 해프닝이 있었네요.
#少女前线 bunnygirl p90 (commission) pic.twitter.com/Z077GEBJS4
— blameonion (@blameonion) April 9, 2023
두 번째 바니걸 캐릭터는 이누먀아 아오이(유루캠)입니다. 제 블로그를 팔로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미 올 초에 시도하지 않았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, 건강한 컨셉을 한 스푼 끼얹었으니 굳이 따지자면 다르다고 답하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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캐릭터의 가벼운 표정과 제스처에 대조되는 벽돌처럼 단단한 체형이 인상적입니다. 엔데믹 시대라도 적절하지 않고 유행으로만 따져도 두 바퀴 정도 지났지만 프리허그 팻말을 들게 해서 여러 의미로 꽉 껴안기고 싶은 캐릭터 조형이 되었습니다. 지난 번 그림에서 작가분이 바니걸 복장 색깔을 참 다채롭게 보내셨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원 캐릭터 컬러코드를 차용한 것도 눈에 들어오네요.
같은 주제를 변주해 다른 캐릭터에 적용한 경우는 있지만, 시기까지 맞춰 비슷한 주제의 그림을 받아본 적은 이번이 처음인데-마침 지난주가 부활절 주간이기도 했고-기본 아이디어는 같아도 그림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다르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.